오늘이 네덜란드에 살게 된 지 딱 2년 째 되는 날이다. 2021년 7월 26일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서 27일 오전 10시에 스키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출국 전 할머니 생신때 2년간 편지를 몰아쓰며 가정했던 많은 일들이 이뤄졌다. 안락한 집을 구한 것, 즐겁게 학교를 다닌 것, 무사히 졸업한 것, 좋은 친구들을 사귄 것, 일을 하게 된 것. 그 시간들을 최선을 다해서 살았나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다. 그렇지만 후회없이 살았나 자문했을 때 후회는 없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라면 후회 없이 흘러 보내는 게 나은 선택일 것이다. 오늘은 휴가 전 회사 동료들과 로테르담에 있는 만남 이라는 한국식당에서 저녁 회식을 했다. 여태껏 네덜란드에서 가 본 한식당 4곳 중 가장 맛있었다. 매일같이 네덜란드식 샌드위치를 ..

작년 여름방학에 다녀온 도시들이다. 미루고 미루다가 1년이 지난 기억을 더듬어가며 사진과 글을 올린다. ^^;; 우선 런던 - 생각보다 크고, 붐비고, 시끄러웠다. 당시에는 엘리자베스가, 이제는 그 아들인 찰스가 거주하고 있겠다. 역사는 흐른다- 근위병 교대식을 보러 갔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근위병들은 모자만 보고 사람구경만 하고 왔다. 프랑스와 다른 면을 가진 제국주의 국가 영국은 대부분의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입장료 없이 기부금을 받는 형식이다. 고미술 전시를 보면 집중을 못하고 빨리 걷는 습관이 있어서 전시보다 바깥 공간에서 더 오래 시간을 보냈다. 미술관 앞 중정 분수에서 물놀이하던 유년시절을 기억한다면 앞으로 행복하겠구나 생각했다. 매년 새로운 작가들을 초청해서 정원에 파빌리온을 설치하는 서팬..

6월 12일부터 우연에 행운이 더해져서 인턴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링크드인(linkedin : 동종업계종사자들의 인맥활동을 위한 소셜미디어) 알림을 확인한 곡예사는 새롭게 1촌 요청이 온 도시계획 회사의 대표를 보고 대뜸 인턴을 찾는지 채팅을 보낸다. 그리고는 답장이 와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보내고 바로 그 주 금요일 6월 2일에 면접을 보러 간다. 일하던 학생인턴이 개강이라 퇴사하며 새로운 인력이 필요했던 시기와 딱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UFO urbanism 이라는 로테르담에 위치한 4인 규모의 작은 도시계획 회사이다. 4년 전 설립된 소규모 신생 회사로 실제적인 프로젝트보다는 아이디어제안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이다. 내가 맡은 업무는 기후변화로 인한 난..
글 업로드가 점점 더 늦어지며, 이제는 거의 잊힌 블로그가 되었지만 마무리를 적어야 하기에 졸업을 맞아 일기를 쓴다. 지난주 2월 3일 금요일에 3학기의 베를라헤 과정이 끝났다. 시작하기 전에도 짧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직 더 남았는데 갑자기 끝나는 느낌이 든다. 갑자기 내일도 학교에 가야한다는 알림이 오지 않을까 하는 무서운 상상도 해본다. 아마 학사 졸업때와 비교했을 때 일상을 누릴 수 있었어서 그런 것 같다. 학사 때처럼 학교에서 숙식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전체 과제와 개인 과제를 조율하는 과정이 스스로를 한계로 몰아세우지 않도록 만든 것 같다. 몇 년 전이었다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며 자책했을 테지만 지금은 ‘이 정도면 괜찮다’며 격려해주려고 한다. 최선을 다하는 것도 스스로 만족하는 것도 ..
너무나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마치 오랜만에 친척어른을 만나서 대화하는 것 처럼 어색한 느낌이다. 일기에는 주로 자전거와 열쇠를 잃어버린 얘기를 썼었는데 요즘은 물건간수를 잘 해서 글감이 없기 때문이었다는 긍정적인 일이다. 10월 30일 새벽 2 시를 기준으로 서머타임이 끝났다. 9월부터 해가 점점 짧아지는 것이 느껴졌는데 왜 10월 말까지 서머타임으로 지정했는지 의아할 따름이지만, 유럽인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여름이 다 떠나간 자리 여운이라도 느끼고 싶어서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래서 10월에 들어서자 마자 크리스마스 용품을 판매하는 것도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벌써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전구들이 달려있곤 하다. 이번학기는 마지막 학기라서 짐작했던 것 만큼 바쁘다. 특히 10월은 일주일간의 워크..

룩, 룩, 룩셈부르크 바로 그 룩셈부르크에 다녀왔다. 룩셈부르크 여행을 계획한 이유는 1. 크라잉넛의 룩셈부르크 노래 2. 대중교통이 무료 이것이 전부이다. 이곳이 룩셈부르크인가 파리인가 왜 온세상 사람들은 에펠탑에 열광할까 처음 지어졌을때는 파리지앵들의 원성이 자자했다고 하는데 말이다. 룩셈부르크 여행을 결심하게 된 주요 이유중 하나인 무료 대중교통의 모습 사진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카드를 찍을 수 있는 곳이 없다! 룩셈부르크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국왕이 통치하는 입헌군주국이라고 한다. 유럽 여러 나라들이 아직도 왕이 있긴 하지만 정치에 관여하지 않으니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왕의 이름이 Henri, Grand Duke of Luzembourg 이기 때문에 왕이 아니라 대공이다. 대공과 가..
네덜란드에 살게 된지 일년이 넘었다. 이제는 다른 나라에 갔다가 네덜란드에 도착해 통신사에서 문자를 받으면 (읽지 못해도) 안도감이 느껴진다. 일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지난번 작성했던 QnA 항목들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1. 네덜란드 날씨 올해 여름이 더운 편이었다고들 한다. 하루는 38도를 웃돌았던 적이 있다. 잘 모르지만 헤이그는 바다가 있기 때문에 나는 해수욕으로 이겨냈지만 앞으로도 무더위가 계속된다면 걱정이다. 여름에는 해가 정말정말 길다. 6시부터 밤 10시까지 밝다. 처음에 서머타임 개념을 들었을때 정말 말도안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는데, 1시간을 늦추지 않았으면 11시까지도 해가 지지 않아서 혼란스러울것 같다. 지금 9월을 기준으로 갑자기 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나는 ..

유럽 최대의 항구도시, 네덜란드 제2의 도시 로테르담, 나에게는 건축 비엔날레, 건축 영화제가 열리는 건축 도시이다. 다른 유럽도시들과 달리 현대적인 건물이 많은 로테르담 이미지에 걸맞은 중앙역이다. 로테르담은 세계대전때 폐허가 된 도시를 새롭게 설계하며 현대건축의 실험장이 되었는데, 사실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지만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완전한 재개발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서울출신 한국인들은 낯선 유럽 도시에서 친밀한 고향의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유럽 중심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대적으로 못생긴 건물들이 나란히 있는 모습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못생긴 건물을 볼 때 느끼는 속상함은 그 지역과의 심리적 친밀도와 비례하는 것 같다. 못생긴 서울시청을 보면 속상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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