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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네덜란드에 살게 된 지 딱 2년 째 되는 날이다. 

2021년 7월 26일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서 27일 오전 10시에 스키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출국 전 할머니 생신때 2년간 편지를 몰아쓰며 가정했던 많은 일들이 이뤄졌다. 

안락한 집을 구한 것, 즐겁게 학교를 다닌 것, 무사히 졸업한 것, 좋은 친구들을 사귄 것, 일을 하게 된 것. 

그 시간들을 최선을 다해서 살았나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다. 

그렇지만 후회없이 살았나 자문했을 때 후회는 없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라면 후회 없이 흘러 보내는 게 나은 선택일 것이다. 

 

오늘은 휴가 전 회사 동료들과 로테르담에 있는 만남 이라는 한국식당에서 저녁 회식을 했다. 

여태껏 네덜란드에서 가 본 한식당 4곳 중 가장 맛있었다.

매일같이 네덜란드식 샌드위치를 먹다가, 한국식당에서 소맥을 마시면서 음식을 먹으니 심리적 거리가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사람들이 높은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회식을 강조하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앞으로 2년 뒤 이루고자 하는 커다란 목표는 없다. 

단일한 소망은 토모스 모패드를 타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대학교때 무산된 2002년식 혼다 벤리 90에 대한 나의 집착이 이제 토모스로 옮겨갔다. 

30살에는 토모스를 타다가 50살이 되면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잘 관리된 오래된 토모스를 타는 사람도 멋있을 것 같다. 

요즘 조깅을 하다가 골목골목에 보이는 클래식 자동차 사진을 찍는 소소한 취미가 생겼다.

대부분 번호판조차 남색 번호판으로 1970년대 이전 자동차들이다. 

네덜란드의 번호판은 차량에 할당된 것이기 때문에 현재 주인이 예전부터 쭉 소유한 것은 아닐지라도 오래된 번호판은 과연 클래식한 멋을 더해준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는 말은 무책임하며 공허한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래된 것을 잘 가꾸는 것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오래 살았다고 해서 세상을 잘 아는 것이 아니듯, 외국에 일정 기간 살았다고 해서 그곳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나로써는 타국에 살게 되면서 새롭게 하게 된 당연한 것에 대한 생각들이 2년간 네덜란드 생활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대부분 무엇을 보다는 어떻게, 어디서 에 대한 의문들이다. 

목적에 집착하기보단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유연한 방법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어디서 할 수 있을까 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게 된다. 

아직 해답은 찾지 못했다. 

해답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거투르트 스타인이 말한 것 처럼 해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다소 산만한 일기가 되어버렸다. 

2년동안 네덜란드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열쇠와 지갑과 핸드폰을 잃어버렸어도 용케 살아남은 스스로를 축하한다. 

앞으로 다가올 일들도 사소하게 넘겨 딛고 일어나길 응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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