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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4.06.2023 2주차 인턴 소감

yesah 2023. 6. 25. 05:24

6월 12일부터 우연에 행운이 더해져서 인턴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링크드인(linkedin : 동종업계종사자들의 인맥활동을 위한 소셜미디어) 알림을 확인한 곡예사는
새롭게 1촌 요청이 온 도시계획 회사의 대표를 보고 대뜸 인턴을 찾는지 채팅을 보낸다.
그리고는 답장이 와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보내고 바로 그 주 금요일 6월 2일에 면접을 보러 간다.
일하던 학생인턴이 개강이라 퇴사하며 새로운 인력이 필요했던 시기와 딱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UFO urbanism 이라는 로테르담에 위치한 4인 규모의 작은 도시계획 회사이다.
4년 전 설립된 소규모 신생 회사로 실제적인 프로젝트보다는 아이디어제안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이다.
내가 맡은 업무는 기후변화로 인한 난민들에게 새로운 주거환경을 제안하는 프로젝트이다.
총 3단계로 나뉘어 지금은 1단계 2030년을 배경으로 이집트 카이로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첫 주에는 이전에 자료조사한 것들을 읽은 뒤, 적합한 주거 단지 구조를 도식화하여 제안했다.
이번 주에는 현재까지 계획된 카이로의 부동산 계획안들을 찾고 새로운 카이로 도시지도를 사진으로 편집했다.
계획안들을 새로운 항목으로 분류하여 각각의 특색을 분석하는 것까지 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이디어 제안을 위주로 학술과 실무의 경계에 있는 프로젝트를 하기 때문에 졸업을 하자마자 일하기에 알맞은 환경이다.
4개월 계약직이기 때문에, 4개월 뒤에 비자를 제공 받아 정규직이 되느냐, 다시 황량한 취업시장으로 나서게 되느냐가 결정난다.
왕복 두시간이 소요되는 출퇴근 시간은 이틀차에 계약종료까지 남은 날짜를 계산하게 만들었지만..
언제나 이직을 꿈꾸는 것이 직장인의 운명이라고 하더니 과연 맞는 말이다.
첫 주에는 하루빨리 헤이그에 위치한 회사에 취직하기를 희망했는데,
지금으로서는 한 곳에서 꾸준히 배우면서 다른 회사들을 천천히 알아본 뒤 옮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주4일 32시간 근무와 추가근무가 없는 환경은 불평할 여지가 없는 이상적인 근무환경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자를 제공받는다면.
 
첫 주는 신체적으로 피곤했다.
주 4일, 9시부터 5시까지 근무를 하는데, 유난히 더워서 근무시간을 7.30시부터 3.30시까지 변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6.30에 집에서 출발을 해야 하고, 6시에 기상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집에서 헤이그 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스키담 역에서 회사까지 또 자전거를 타야 하기 때문에 호기롭게 구매한 접이식 자전거도 4일 이용을 한 뒤 매번 접고 피고 열차에 싣고 내리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나 번거로워서 다시 중고로 판매하게 되었다. 하하
그리고 전형적인 네덜란드식 점심식사가 너무나 어색했다.
다 같이 높은 식탁에 둘러앉아서 서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한국식 식사를 제안해도 된다고 말을 하는데, 일단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으니 어렵다.
밥과 국, 3종류의 반찬이 있는 한국식 점심식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두 번째 주가 되니까 차차 업무와 일상이 균형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출근, 일, 퇴근 후 삶에서 반복적인 일상을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아침으로 삶은 달걀과 우유를 먹고 8시 29분 기차를 타면 43분에 스키담 센트럴 역에 도착한다.
9시에서 3분 일찍 사무실에 도착하면 눈치껏 딴짓을 하면서 5시 정각에 퇴근을 한다.
첫 주에는 3.30시에 퇴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피곤해서 달리기를 전혀 하지 못했는데,
이주차라고 조금 여유가 생겨서 차차 평일 운동을 시작할 생각이다.
또 다른 목표는 네덜란드어 공부를 소홀히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던 한 명의 독일인 동료도 네덜란드어를 너무나 잘하기 때문에, 나와 대화할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네덜란드언어로 대화한다.
당연하다. 이곳은 네덜란드이기 때문에.
학교생활이 특이한 경우였고 외국인 노동자인 나는 현지 언어를 익혀야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6월 21일이 하지였다.
이제 해가 점점 짧아지는 것이다.
친구들이 일몰을 보러 헤이그 바닷가로 와서 함께 가장 길었던 태양의 마지막을 보았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명대사는 원어로 "Tomorrow is another day."라고 한다.
초월 번역인 셈이다.
월요일도 화요일도 똑같은 태양이 뜨고 질 것이고 나는 또 삶은 계란과 우유를 먹고 9시부터 5시까지 일을 하다가 집에 올 것이다. 
하지만 오늘 지금 순간의 태양은 유일한 태양이고 이렇게 지나가서 과거가 되어버리는 순간 역시 유일한 시간일 것이다.
순간을 소홀히 하지 말 것.
 

2023년 6월 21일 헤이그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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