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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마지막 과제를 제출하면서 공식적으로 첫번째 학기가 끝났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것을 새롭게 배웠던 적이 있나 싶다.
8월은 네덜란드라는 나라를,
9월은 베를라헤 학교 체계를 이해하느라,
10월은 학과 동기들과 친해지느라,
11,12월은 프로젝트 NL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여행으로 왔던 유럽과는 다르게 살다 보면 매일같이 낭만적이고 하루를 시작하는게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렇지만 가끔씩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오늘 내가 얼만큼 성장했는가를 되새기며 뿌듯하고,
나에게 참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했다.

한 학기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프로젝트 NL은 잘? 마무리 되었다.
프로젝트 NL 의 대주제는 Design the Social 로

9-11월 에는 Part 1-Into the Archive 를 하며
로테르담 Het Nieuwe Instituut에서 전시하는 4가지 주제와 관련되어 현장학습을 다니며 자신이 발견/분석/촬영/감상한 것이 대해 기록하고 마지막에는 각 전시에 새롭게 작업을 덧붙였다.

11-1월 에는 Part 2-Out of Display 라는 제목으로 Part 1에서 배운것을 기반으로 건축대학 건물을 기록의 대상으로 삼고 2인 1조를 이뤄 각각 주제를 정해서 학교 복도에서 전시를 했다.

나는 그리스에서 온 친구와 팀을 이뤄 어떻게 함께 식사하는지를 기록했다. 맨 처음에는 학생식당에서 어떻게 무리를 짓고, 가구를 이용하고, 어떤 음식을 먹는지 사진을 찍고 인터뷰 해서 그림을 그렸다.
학생식당은 식사를 위해 제공된 장소라면, 오렌지홀 계단, 스튜디오 등 임시적으로 식사를 위해 사용되는 장소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조사해서 그림을 그렸다.
5개의 장소에서 얻은 그림들을 복도에 전시하기 위해 복도에 있는 일상적 물건과 관련지었다. 우리는 전자레인지와 카운터 공간을 설정해서 그 곳에서 식사하는 이벤트를 계획했다.

팀별로 하는 전시와 더불어 전체적인 최종 전시를 위한 웹사이트, 포스터, 이벤트 기획, 안내문, 모형제작 팀이 있다. 이번에 나는 포스터 제작팀이었다. 경험해 보지 못한 분야도 팀으로 진행하다 보면 어느정도 익숙해 질 것 같다. 마지막 발표에 게스트로 오신 졸업생 분께서 베를라헤를 졸업하고 나는 재즈 뮤지션이 연주하듯 일 할 수 있었다고 하셨다. 상대방이 그림을 잘 그리면 나는 글을 쓰고, 상대방이 발표를 잘 하면 나는 자료를 준비하고. 인상깊은 말이었다.

Proseminar 1,2는 가벼울 것 같은 이름과는 달리 상당히 밀도있는 수업들이었다.

1은 Oral history-Voice of the Past에서는 비슷한 문화권에서 온 학생과 2인 1조를 이뤄서 포스트모더니즘에 관련된 활동을 하신 분을 인터뷰 했다.
나는 대만에서 온 친구와 한국 공간잡지에 관해 인터뷰 했다. 선생님은 김수근 건축가를 인터뷰 하길 바랬으나 80년대에 돌아가신 분을 어찌 대면할 방법이 없고, 공간잡지 사진작가로 활동하신 임정의 작가님과 인터뷰 했다. 다른 친구들이 대부분 건축가를 인터뷰 하니 사진작가의 시선에서 대화하는 것도 의미있는 기록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2는 Strategy of Architectural Thinking 로
각자 19세기 말부터 현재까지 공동주택 한가지씩을 정해서 도면을 그리고 공용공간, 사회적 이벤트가 일어나는 공간을 비교했다.
나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Wohnpark Alterlaa 라는 건물을 그렸다. 27층 7개 동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이다. 한국에서도 익히 볼 수 있는 회색빛 고층 아파트지만, 모든 세대에 식물들이 가득한 외부 테라스가 있어서 마치 사람이 떠난 디스토피아에 녹음이 우거진 듯한 오묘한 느낌이 나는 건물이다. 원래는 겨울방학때 답사를 핑계로 비엔나 여행을 가려고 했었는데 갑작스런 봉쇄령과 귀국을 하느라 실제로 못 본게 아쉽다.

Berlage Session에서는 Architect’s mannerism 에 대한 7개의 강연을 듣고 강연에서 다룬 주제중 하나를 정해 다룬 적 없는 건축가와 그의 작품에 대해 에세이를 쓰는 것이다.
나는 한국의 정기용 건축가에 대한 에세이를 썼다.
베를라헤에서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학생들이 자신의 배경을 공유하는 것을 장려하는 것 같다. 그래서 국제적이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건축가에 대해 글을 썼다.

지난 일기에 썼던 잡지에 들어간 글을 쓴 Research Colloquim, 더치 동명이인과 팀으로 작업한 Design Master Class 는 10-11월에 마무리되어 이제는 아득한 먼 일 같다.
한 학기가 5개월인 대신 수업이 9-11월까지 하는 수업과 11-1월까지 하는 수업으로 나뉜다. 그래서 지쳐도 중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금요일에 31기 선배들이 졸업을 했다.
살로몬 교수님이 31기는 코로나와 함께하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 회상하고 한명씩 호명하고 졸업장에 서명을 하고 받아가는 모습이 간촐하지만 감동적이었다.
일년 뒤 나도 별 탈 없으면 졸업을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지금은 봄 학기 개강 전 일주일 방학을 즐기기 위해 스위스-독일 여행을 떠나는 기차 안에 있다.
꽤 낭만적이네.
다음학기 걱정은 다음학기에, 일단은 여행을 즐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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