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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일요일부터 1월 14일 금요일까지 4주간 네덜란드 정부에서 강력한 봉쇄령을 발표했다.
단축영업을 하던 상점이 문을 닫고, 식당은 포장과 배달만 된다.
미술관, 영화관, 공연장 등 대부분의 문화시설도 문을 닫는다.
엄마 아빠께서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아서 코로나를 뚫고 네덜란드에 방문하기로 계획이 되어 있었는데,
이번 봉쇄령 발표로 인해서 돌연 취소되었다.
어제 통화하다가 갑자기 결정하게 되어서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1월 9일까지 모든 교육기관도 문을 닫고,
재논의 후 연장 여부를 발표한다고 하니 차라리 내가 한국에 다녀오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로 인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에 가기 싫은 마음에 전염병이 창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몰래 했었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까 학교에 안 가는 것 빼고는 좋은 점이 없다.
유럽 속 한국이라고 생각들만큼 열심히 살게 되는 이곳에서
(네덜란드의 특성인지, 건축계의 특성인지, 베를라헤의 특성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봉쇄령이 떨어져도 학교에 나오라고 하지는 않을지 괜한 걱정을 해본다.
동기 중에도 확진자가 한 명 나왔었다.
지금은 다행히도 완치되었지만, 정말 코로나가 눈앞까지 와 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
위드 코로나의 최후인 것인가!
어제 생일파티가 있었는데 2021년 마지막 모임이 되었다.
델프트 동기 집에서 놀다가 덴하그에 사는 동기와 함께 버스를 타려고 나왔다.
아슬아슬하게 버스를 타고, 덴하그 역에 내려서 자전거를 타려고 한 순간, 열쇠가 있어야 할 곳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친절한 동기가 지금은 방법이 없으니 집에서 자고 가라고 제안해 주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열차를 타고 델프트 역에 자전거를 주차한 곳으로 가 보니,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열쇠가 자전거 자물쇠에 꽂혀있었다.
코로나 봉쇄령으로 기차 운행을 정지해서 사람이 다니지 않은 덕분에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
아마 네덜란드 생활을 청산하고 돌연 한국행을 결심한다면
그것은 언어도, 날씨도, 식습관도, 인간관계도 아닌 열쇠 때문일 것이다.
벌써 열쇠 때문에 세 번째 곤혹을 치렀다.
한국에 간다면 열쇠를 30개 복사해서 모든 지인에게 하나씩 보관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열쇠 잃어버리기 부문에서 시상식을 하게 된다면 수상 유력 후보쯤 될 수 있으려나.
요즘은 날이 쭉 흐렸다.
네덜란드의 흐린 날은 하늘이 회색도 아니고 흰색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포토샵 투명 배경 같다.
지난 수요일 화창했던 날이 하루 있었다.
하지만 해가 8시 30분에 떠서 4시 30에 지고 나는 학교에 9시부터 6시까지 있느라 창문 너머로만 맑은 하늘을 보았다.
좋은 점은 학교 건물이 층고가 높고 창문이 매우 길어서 크게 볼 수 있었다는 점.
이번 일기는 어쩌다 보니 신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근래 있었던 좋은 일도 있다.
Volume 이라는 네덜란드 잡지 편집자분이 오셔서 자신의 문화에 대해 건축적으로 글을 쓰는 수업이 있었다.
나는 2021년 기준 국내 최대 규모 9,510세대가 거주하는 송파 헬리오 시티를 배경으로 한국의 아파트 문화에 대해서 썼다.
(2022년에는 강동구에 12,032 세대 단지가 생긴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어떤 의미인지, 아파트가 좋은 주거 환경인지 생각해 보았다.
이번에 출간되는 60호는 베를라헤, 케냐, 중국 건축학과 학생들의 글이 실리는데 나도 한 장을 차지하게 되었다.
나의 글이 특출 난 것이 아니고 잡지에 실리는 것 까지가 수업의 일부였다.
자신의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쉽고 그래서 부담스럽다.
나의 생각이 마치 한국 전체를 대표하듯 느껴질 수도 있다.
5권 정도 구매해서 앞으로 면접을 보게 된다면 들고 가서 보여주고 싶다.
옆에 있는 다른 학생 글이 맘에 들어서 이 학생 아시나요?라고 되물어보려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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