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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로 다녀온 독일 여행기
가져간 필름카메라가 고장나서 핸드폰으로만 사진을 찍어야 할 운명이었지만,
카메라를 두 개 준비한 친구가 한개를 빌려줘서 다행히 좋은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다.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피터줌토의 채플 브루더 클라우스 필드 채플(Bruder Klaus Feldkapelle),
에센에 있는 졸버레인(Zollverin) 탄광산업단지를 다녀왔다.
우선, 모든 건축학도들의 꿈의 답사일 것 같은 Bruder Klaus Feldkapelle 가는 방법.
첫 번째.
쾰른에서 Euskirchen로 가는 RE (무궁화호 같은 완행열차)를 탄다.
Euskirchen역 앞에서 Eifel이라는 전기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미리 어플을 다운로드하고, 신용카드를 등록해야 사용가능하다.
첫 번째 방법이 올해 2월 시도했다가 신용카드가 등록되지 않아서 실패한 방법이다.
두 번째.
역시 쾰른에서 Euskirchen역으로 가는 RE를 탄다.
Euskirchen역 앞에서 Bad Münstereifel Kalkar Ort로 가는 801번 버스를 탄다.
Bad Münstereifel Kalkar Ort에서 내려서 Bruder Klaus Feldkapelle를 향해 40분가량을 걷는다.
이번에는 두 번째 방법을 시도했다.
801번 버스 운행을 하지 않아서 다른 버스를 타고 이름 모를 마을에 내렸고, 한 시간가량을 걸어야 했다.

도로와 꽃들밖에 없는 벌판을 감상하며 십 분가량 걷다가 히치하이킹을 했다.

친절한 독일할아버지(따듯한 아이스아메리카노와 같은 반어적 표현같이 느껴진다)께서 우리를 흔쾌히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셨다.
독일어로 말하셔서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예배당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 주셨다.
독일사람을 만나도 늘 영어를 썼기 때문에 Wie heißen Sie? (당신의 이름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본 첫 대화였다.

건축에서 시퀀스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다른 위치마다 다른 공간을 구상해서 고유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풍경과 건축물이 있다면 똑같은 모습을 보면서 계속 걸어도 매 순간 다른 감동을 준다.

마침내 마주한 예배당 모습.
작아서 아름답고, 화려하지 않아서 감동적이다.

삼각형의 입구를 통해 동굴과 같은 내부로 들어간다.
양손으로 힘껏 당겨야 열리는 두껍고 무거운 쇠 문은 다소 큰 결심을 하고 예배당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종교건축의 목적은 신을 믿는 사람들이 예배하기 위함이 아니라,
무신론자들이 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공간을 경험하게 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한 번이라도 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 작은 예배당이 건축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단일한 천창이 어두운 예배당 내부를 밝혀준다.
유리도 없이 하늘을 향해 당당하게 열려있어서 바깥의 날씨가 그대로 내부에 들어온다.

빗물에 비친 부끄러운 나의 모습을 찍어본다.
왜 부끄러운가 하면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신화 속에 언제나 등장하는 말 안 듣는 인간 한 명이 된 셈이다.

다시 문을 열고 빛이 있는 세상밖으로 나간다.

켜켜이 쌓인 콘크리트는 이 작은 예배당을 짓기 위해 쓰인 시간과 노력이 온전히 느껴지기 때문에 더욱 큰 감동을 주는 듯하다.
하루 종일 비가 오고 날씨가 흐렸지만 신기하게도 예배당에 도착하면서부터 화창해졌다.
돌아오는 길에는 무지개가 있었고, 동화 같은 여행이었다.
다음날 에센에 있는 구) 탄광 산업단지 졸버레인 현) 유네스코 문화유산 겸 미술관을 갔다.

Zollerein이라고 쓰여 있는 글씨와 짙은 벽돌과 붉은색 철탑 모든 것이 독일 같다.
60, 70년대 파독광부들의 일터였던 곳일 것이다.
출근하는 마음으로 입장.


현재 작동을 하지 않는 산업단지이기 때문에 좀비 아포칼립스에 대한 상상을 자극한다.
버려진 공간에 홀로 있다가 잘못 건드린 무언가가 나중에 좀비가 돼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땅에 있던 도토리 하나를 가져왔다.

기계와 각종 설비들이 마치 유기체처럼 서로 얽혀있는 모습을 보면서 기계를 만드는 것도 창의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건물들 역시 유기체처럼 서로 얽혀있다.
탄광이 어떤 식으로 작동되는지 과정이 궁금하다.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벽돌식 복도형태 뒤로 있는 유리가 루어미술관으로 진입하는 에스칼레이터이다.


루어미술관은 이전에 공장으로 가동하던 기기와 공간들을 최대한 이용해서 전시공간으로 활용했다.
졸버레인 탄광단지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광물과 동식물에 대한 전시도 있었다.

가장 인상 깊은 공간은 바로 용광로 같은 계단.
앗 뜨거!
작은 생각에서 출발해서 공간화하고 디테일을 살려서 구현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데 OMA는 언제나 해낸다.
어쩌다 보니 지금 시대에 가장 많은 관심을 받지만, 너무나 다른 길을 가고 있는 피터줌토와 OMA의 건물에 대한 기록이 되었다.
각자의 이상을 추구하며 만들어낸 결과물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는 건축 9살이 된 나는 언제 자라서 이런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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