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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인 지금 마치 수능끝난 학생처럼 할일없이 여유롭게 지내는 중이다.
매일 가던 학교도 안가고 매일 보던 동기들도 만나지 않으니 말이다.
2월은 여유로웠다고 말할 수 있지만,
3월부터 5월까지 한달에 한번씩 여행을 다녀야 해서 즐거웠지만 마치 기숙학교에 입학한 것 처럼 개인생활이 없어진 기분이었다.
이번 학기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Project Global 을 주축으로 두개의 Proseminar, 졸업과제를 위한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Thesis Development, 2주간 진행되는 Theory Master Class, 강의를 듣고 마지막에 에세이를 작성하는 Berlage Session 으로 구성되었다.
전체적인 구성은 지난 학기와 비슷해서 Thesis Development 가 지난학기 Research Colloquim 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고 생각한 나의 잘못이었다.
메인 수업인 Project Global 보다도 Thesis Development 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Project Global 는 크게 세 파트로 나뉘었다.
Part 1 은 베를린과 요하네스버그의 땅에 대해 이론적으로 조사하는 것.
Part 2 는 팀을 이뤄서 요하네스버그를 분석하고 지도를 그리는 것.
Part 3 에서는 Part 1,2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각자 흥미로운 주제를 정해서 건축적인 디자인을 하는것.
나는 Part 2 에서 요하네스버그의 땅의 생산성에 대해 공부한 팀이었다.
그래서 Part 3 에서는 도시형 농장의 생산성을 향상하고 유통과정의 축소를 위한 가설형 시장 구조체를 만들고 가정집과 개인 소매상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첫번째 Proseminar 는 Her Office 로 여성으로서 건축업계에 종사하면서 벌어지는 성차별적인 사건들을 짧은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수업이었다.
우리조는 3개의 인터뷰에 입각한 영상자료들을 3개의 가상의 공간에 삽입해서 공간으로 먼저 읽히면서 그 공간 속에서 인물의 경험이 더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로테르담에 있는 Kino라는 작은 극장에서 우리끼리 상영을 했다.
실제 극장에서 보게 되니 더욱 근사한 경험이었다.
두번째 Proseminar 는 자산에 관한 것이었다.
경제적 사회적 이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축적인 요소들.
우리는 루머를 만들어 경제적 이득을 얻는 사례들을 조사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집값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데 그 때 집을 구매해서 재정비한 뒤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의도적으로 귀신에 대한 루머를 만들어 집값을 조절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바로 그 OMA 에서 3분이 튜터로 나와서 지난 2년간 온라인으로만 수업를 하다가 이번이 첫 오프라인 수업과 발표였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포스터와 무대꾸밈에 많은 공을 들이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 소모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Thesis Development 역시 크게 3가지로 나뉘었다.
첫번째는 패션쇼와 패션 브랜드에 대해 공부하고 도면을 그리는 것.
두번째는 각자 주어진 사이트와 프로젝트에 대해 개요를 작성하는 것.
마지막으로는 패션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패턴북을 만드는 것.
첫번째 과제를 제출하고 기준 미달이라는 악랄한 이메일을 받고 크게 상심했었다.
그래서 전체적인 수업에 흥미를 잃을 뻔 했다가 개인 사이트와 주제에 애정이 생기면서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패턴북을 만들때 갑자기 내가 전체 밑그림을 그리라는 지령을 받게 되었다.
베를라헤는 모든 학생들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능통한 곳이다.
누구든 자신없는 부분일지라도 칭찬을 받게되면 자신감이 생기게 되는 것 처럼, 나도 밑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단 일을 맡았으니 하게 되었다.
Theory Master Class 에서는 Body of Architecture 라는 주제로 퍼포먼스형 발표를 했다.
우리가 주제로 삼은 건물은 소비에트 궁전이다.
맨 처음 러시아 성당이 전쟁으로 폐허되고 소비에트 궁전을 지으려던 계획이 무산되고 수영장으로 사용되다가 성당이 재건된 순환고리를 현재 러시아 상황과 교차시키며 틱톡영상을 만들었다.
마지막 퍼포먼스로 모든것이 폐허가 된다! 며 영상을 출력해서 강력한 바람과 함께 날려버렸다. 하하
Berlage Session 은 강의를 듣고 마지막 과제로는 역시 졸업주제와 관련된 글을 썼다.
나는 성형 뷰티 클리닉을 주제로 삼게 되어서 화장품 산업에 관한 글을 썼다.
쓰고 나니 건축적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는 깨달음이 들었지만 빨리 제출하고 방학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 깨달음을 외면했다.
학교 수업 외에 들은 베이스 수업은 생각했던 것 만큼 재미있었다.
목표로 삼은 <민수는 혼란스럽다> 완주는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외에 이름모를 곡을 2개 더 배웠다.
이번 학기에 새로 시작하게 된 것이 베이스기타와 달리기이다.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어떻게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까 하지만 공부를 덜 하더라도 에너지를 분산시킬 요소들이 필요했다.
100을 위해 노력하는 삶도 좋지만 나는 70을 노력하고 30을 비축하고 70의 속도로 가는 삶을 택하기로 했다.
다음학기는 좀 달라져야 할 지도 모른다.
지금은 룩셈부르크로 가는 기차에 있다.
그리고 어제 내가 만든 참치김밥을 먹고있다.

나의 엄마 남재씨는 사회가 요구하는 엄마와는 달리 요리에 큰 흥미가 없었고 어릴때는 그런 엄마에게 투정을 부릴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의 된장국을 최고라고 말하는 딸은 되지 못한다.
그렇지만 내가 최고로 뽑는 남재씨의 음식은 참치김밥이다.
사먹는 참치김밥이나 내가 만든 참치김밥에서도 느낄 수 없는 따듯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남재씨보다 먼저 김치를 혼자서 만들어 본 사람이 되었고 이제는 김밥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김밥만큼은 남재씨 표 김밥을 먹겠다.
그리고 참치김밥에서 참치보다도 중요한 재료는 깻잎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 친구 박공원씨가 오면서 깻잎을 120장을 가져다 주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친구의 마음이 담긴 참치김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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