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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쓰는 올해 여름에 갔던 굴업도 사진기록
이름도 처음 들어본 서해에 있는 작은 섬을 대학 동기가 배낭여행객들에게 성지라면서 여름휴가로 갈 계획이라고 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인터넷에서 사진 몇 개 검색해 보고 멋진 곳이군 가고 싶군 해서 따라갔던 곳이다.
친구 따라 강남 대신 굴업도 간다.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덕적도에서 배를 한 번 더 갈아타야 갈 수 있는 곳이다.
배에서 내리면 각 민박에서 트럭으로 숙소까지 데려다주신다.
농활을 간 90년대 학생이 된 기분.
굴업도는 섬 전체에 총 7가구가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코로나가 없는 것처럼 깨끗하고 평화로웠다.
(나 같은 외지인만 아니면 문제없겠습니다)
우리는 캠핑 장비가 없어서 민박을 했는데, 개머리 언덕에서 텐트를 치고 잔다면 더더욱 잊지 못할 황홀한 기억이 될 것 같다.
개머리언덕이 바로 그 한국의 갈라파고스 군도라고도 불리는 굴업도의 상징적인 곳이다.
한국사람들은 고유명사를 그 자체로 존중하지 않고 더 유명한 다른 것에 기생하듯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제2의 00, 한국의 00,,, 그냥 굴업도 개머리언덕이라고 하면 될 것을 말이다.
개머리언덕으로 가는 여정은
해변을 지나고
넘어서는 안될 것 같은 철조망을 지나고
(굴업도 섬 전체가 한 기업의 소유라고 한다. 그러면 도민들은 집을 누구 소유일까)
등산을 하다 보면 나무들 너머로 언덕이 보인다.
언덕과 바다와 하늘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덧 개머리언덕 끝자락에 도착한다.
내세울 장비빨 하나 없는 우리들은 보온병에 뜨거운 물과 컵라면을 준비했다.
한강에서 먹는 컵라면보다 더 맛있는 것은 개머리 언덕에서 먹는 컵라면.
손에 힘이 빠져서 먹기도 전에 국물 반을 쏟았지만
(참깨라면은 고소한 참기름과 깨가 들어간 국물이 생명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었다.
장비빨 <경치빨 인가보다.
개머리언덕에는 사슴이 돌아다닌다.
예전에 살던 사람이 사슴농장을 하다가 육지로 그냥 가버려서 섬에 돌아다니게 되었다고 들었다.
어떻게 개체수가 조절되는지 아주 평화롭게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다.
라면을 먹고 돗자리에 누워서 사슴을 구경하면서 쉬다 보니까 어느새 해질 무렵이 되었다.
자연은 나이가 들면 질리는 게 아니라 왜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걸까.
어느 화가가 구름을 이런 네온핑크색으로 그렸다면 과장이 지나치시네요 ㅎ 생각했겠지
돌아올 무렵에는 어느새 어둑해져 있었다.
구름이 낀 하늘이었는데도 밤하늘에 별이 많았다.
언젠가 별 사진을 찍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사진기를 챙기는걸 깜빡하는 사람.
민박집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평범해 보이지만 맛있고 이름 모를 해조류가 들어있는 한국인의 밥상-어촌편 같은 식사였다.
밥을 먹고 코끼리바위를 볼지 말지 고민하던 와중에 우리의 대화를 들으신 식당 사장님께서
손수 지도를 그려주시면서 다녀오라고 하셨다.
마치 게임에서 미션을 받는 듯한 느낌.
사장님이 그려주신 지도는 보기보다 정확하게 각 요소들이 표현되어 있었다.
지도가 없었다면 이 길이 맞는지 백번도 넘게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길을 떠나기 전에 매점에서 뵌 매점 사장님이 돌연 길 중턱에 NPC처럼 앉아계셨다.
어떤 게임 세계관 속으로 들어간 게 아닌가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코끼리바위는 생각보다 훨씬 더 코끼리처럼 생겼다.
트로이 목마처럼 누가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
밀물 때라서 옆에서 볼 수는 없었지만, 내려다보는 각도도 새로웠다.
굴업도를 다녀와서 얻은 것은 좋은 추억과 모기 자국
무언의 신호를 보내려고 했던 건 아닐까 싶게끔 일정하게 물어주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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